짧지만 기분 좋았던 강원도에서의 1박 2일.
8월 21일부터 22일에 했던 여행이니 굉장히 늦게 올리게 되버렸다. 사촌동생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선물한 마지막 여행이어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어디를 가야할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일단 1박 2일로 강원도에 다녀오기로 하고 가면서 좋은 곳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일까? 있는지도 모르는 내린천 번지점프를 했던 것도 일단 타이트한 계획 없이 출발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냥 길 가다가 내린천 번지점프 표지판을 보고 한 번 해보자고 들어갔으니, 나름 1박 2일의 자유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_-; 가격은 허리에 묶는 게 35,000원이고, 흔히 생각하는 발목에 묶는 게 40,000원이었는데 별 생각 없이 허리를 선택했다.
위에서 볼 때는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데, 실제 발판으로 나가 내려다보면 정말 사람이 개미만해보인다. 올라가기 전까지는 긴장을 하지 않았는데, 63M에서 자의로 자유낙하에 몸을 맡긴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박 2일에서 이승기와 은지원이 포기한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경우엔 두 세번 심호흡하고 뛰어내렸는데, 자유낙하의 그 느낌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쯤은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중에 들었지만, 사촌동생은 35,000원이 아까워 뛰어내렸다고 한다. 겁이 많은 아이인데, 뛰어내렸다는 것만으로도 인정해줘야 한다.
번지점프 후에 찾은 곳은 한계령 휴게소이다. 꽤 유명한 휴게소라 그런지 굉장히 북적였다. 사촌동생은 미국에 가져갈 기념품 같은 것도 샀는데, 꽤 예뻤다. 지금까지 광각렌즈가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 한계령 휴게소에서 뷰파인더를 볼 때는 정말 왜 풍경에 광각렌즈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평계가 있는 삼각대도 이럴 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조금 귀찮아도 이런 풍경에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기록의 묘미가 아닌가 싶었다. 언젠가 지르고 말테야.
한계령을 뒤로 하고 간 곳은 낙산사였다. 화재 이후로는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없고, 어릴 때 봤던 해수관음상만 기억나는 정도였다. 화재 이후 여러 사람들이 재건에 도움이 되었기에 점심시간에는 국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자판기 커피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아쉬웠던 건 여전히 공사중이라는 것. 멋진 건물들 옆에 쌓여있는 자재들과 장비들을 보니 화재가 엄청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 잊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잊지 않고 낙산사를 찾고 있었다. 해수관음상 옆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사진도 찍고, 앉아서 바다와 하늘을 보았다.
낙산사를 마지막으로 속초에 숙소를 잡았다. 성수기가 거의 끝나서 그런지 4만원에 굉장히 좋은 방을 얻을 수 있었다. 물이 정말 시원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 것 같았다. 샤워를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짐 정리를 하고, 저녁으로 회를 먹었다. 굉장히 조그만 가게였는데, 바다쪽이 탁 트여 있어 꽤 낭만적이었다. 다만, 그 자리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는 게 아쉬울 뿐. 꽤 저렴한 가격에 회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매운탕까지 정말 맛있었다. 사촌동생이 졸라 바로 노래방 가서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오랜만에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금방 목이 쉬어버렸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숙소에 돌아와서 근처 슈퍼에서 화투를 사와 고스톱을 쳤다. 뭐, 결과적으로는 다 잃었는데, 본전 생각하고 친 건 아니니까. 잠이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 잤다.
이튿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할머니도 계시고 시간 상 등반은 어렵고,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권금성을 보고 오기로 했다.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꽤 피곤했다. 주차장에 차가 가득이라 들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우 들어가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5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뭐, 이렇게 나무들에 둘러쌓이는 것도 오랜만이고, 신기한 파이프도 보고 나들이를 온 가족들도 많이 보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창 밖 경치는 정말 멋지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높이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작은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꽤 빠른 속도로 올라가며 탄성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눈에 띄는 울산 바위부터 이름 모를 바위부터 저 멀리 동해까지 이어지는 듯한 산세까지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등산도 좋지만,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권금성에서 조금 내려가면 암자가 있다길래 내려가봤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단촐한 암자가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니 탁 트여서 경치가 멋진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는 정동진이었는데, 모래시계가 있는 쪽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움 뿐이었다. 딱히 어른들의 관심을 끌만한 게 없었다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일출 때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 앞 순두부집의 순두부는 꽤 맛있었다. 좀 친절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이렇게 강원도에서의 1박 2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휴가철 끝무렵이라 차도 밀리지 않았고, 꽤 편하게 다녀온 셈이다. 기억에 남는 것도 많고. 5년만에 한국에 온 사촌동생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쯤이면 학교 기숙사에 있겠지. 나에게도 기분 전환이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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