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5, 중계동 104번지.
어제 큰 맘 먹고 SAL16105를 중고로 질렀다. 소니에서 크롭용으로 발매한 렌즈로 35mm 환산 약 24-157mm의 화각에 조리개는 3.5-5.6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확실히 기존에 사용하던 Sigma 17-70mm F2.8-4.5 보다 어둡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AF가 확실히 빠르고, 미놀타 28mm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색감이 마음에 들어 렌즈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소니의 크롭용 고급 렌즈는 모두 가변 조리개이다. 흔히 칼번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SAL1680z도 조리개는 3.5-4.5이다. 캐논이나 니콘의 고급 렌즈가 F2.8 고정 조리개임을 생각하면 아쉽긴 하다. 아쉽긴 하지만, 조리개보다 편한 화각이 우선인 것 같다. 밝은 렌즈가 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같은 조리개라도 더 조일 수 있겠지만, 이미 준망원의 화각에 적응해버려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부터 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진을 F5.6으로 찍는 것도 한 몫 했고.
오늘 사용해본 결과 실내에서는 우울했지만, 실외에선 마음에 들었다. 실내 사진은 F1.4보다 외장 플래시를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에 든다. 크롭 바디를 쓰는 이상 표준 줌렌즈를 바꿀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외장 플래시와 쓸만한 삼각대만 갖추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게 될 것 같다.
SAL16105 테스트 겸 가본 곳은 중계동 104번지다. 산동네라지만, 사람 사는 곳이었다. 경사가 심하고, 집은 좁고 낡았을지 몰라도,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었다. 뛰어 노는 애들도 있었고, 이웃들과 김장을 담그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힘들게 쌀을 들고 온 할머니도 보았고, 나무를 모으는 할아버지도 보았다. 이제는 문을 닫은 가게와 그래도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도 보았고, 공부하기 위해 집을 나선 학생도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도 있었다. 오직 등산객들만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이 곳을 걸어보고 싶다.

